2009/04/01 22:13
연구소이야기/홈트레이닝
아트스포에서 일할 적에(지금 시점으로는 일할 '적'이 되겠군요) 아는 후배의 할아버지께서 자세교정 운동프로그램에 등록을
하셨었습니다. 물론 자세교정보다는 걸음걸이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그것을 개선하시고자 등록을 하셨었습니다.
08년도 여름이였는데 그 당시 연세가 82이셨으니 현재는 83이 되시겠네요.
처음에 그 할아버지께서 등록을 하셨을 때 운동지도를 맡은 저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저 정도의 연령의 노인분을 운동지도한 적도 없을 뿐더러 걷기도 힘든 분을 어떻게 운동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때문이였습니다.
40~50대 정도만 해도 어느정도의 동작을 하면서 운동프로그램을 작성하였는데 할아버지에게는 적용시킬 운동이 과연 있기나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특히 내가 지도하는 운동의 종류는 필라테스가 주운동이였는데 호흡운동지도부터가 막막하였습니다.
여러번의 고민끝에 할아버지에 대한 운동프로그램이 작성되었고,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운동프로그램의 주요 골자는
1. 소뇌밸런스를 위해 좌뇌 우뇌를 교차하는 방식의 뇌운동을 위주로 할 것
2. 호흡운동을 부드럽게 하도록 유도하여, 운동시 생길 수 있는 혈압문제를 예방할 것
3. 운동은 천천히 진행하고, 운동의 세트와 세트 사이에는 15초간 충분한 휴식시간을 드릴 것
4. 누웠다 일어나는 식의 자세변화가 있을 때는 변화된 자세에서 심호흡을 3번 정도하여 안정을 취할 것
5. 할아버지도 우려와는 다르게 충분히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점진적으로 동작을 늘려나갈 것
6. 스프링의 변화를 통해 근육의 고유수용감각기관에 충분한 자극을 줄 것
7. 발운동을 통해 발을 자극하여 보행개선의 효과를 기대하도록 만들것
8. 보행법에 대한 교육을 통해 바른 보행에 대한 인지를 시킬 것
9. 노화로 인하여 생기는 flexion의 신체패턴을 안정적인 범위 안에서 extension운동으로 중심밸런스를 적절히 이끌어낼 것
운동방법은 필라테스 기구를 활용한 노인운동 필라테스라고 해야겠군요. 다행히 필라테스 기구는 노인들이 운동하기에
적절하게 고안되어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필라테스 기구는 재활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일단 위에서 언급한 사항중 5번에 대한 부분이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노인이라 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운동강도와 동작을 늘려나가면 충분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젊은 사람에 비해서 근육의 양이 크게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동작에 대해서 학습했을 때 충분히 그것을 해낸다는 것입니다. 다만 신경전달속도의 차이때문에 학습하는 시간이 다를 뿐이구요.
6개월 정도 운동을 하시고 할아버지께서는 처음과는 다르게 걸음걸이와 소뇌의 기능이 개선되셨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것이 아니라 지팡이를 들고 다니실 정도였으니까요. 휘청거리며 넘어지실 것 같은 경우도 거의 줄어드셨습니다. 전에는 신발 신으실때 넘어지려는 모습을 많이 보이셨는데 지금은 안정적으로 허리를 세우시고 신발도 잘 신으십니다.
그 후로 할아버지는 사후 관리로 1주일에 1번씩 오시는 프로그램에 등록하셨습니다. 제가 아트스포에서 계속 일을 하였다면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운동지도를 해드려고 하였는데 이제는 일을 그만두는 바람에 할아버지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마지막 운동지도 날에 센터에서 나가시면서 깜박잊고 가시는게 있다면서 저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주셨습니다.
끝까지 함께 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사진 한장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찍어주셨습니다.
요즘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걱정이 많으실텐데도 늘 웃음과 유머를 잊지 않는 할아버지 100세까지 꼭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