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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전문가에게 던지는 메세지

 어제 SBS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마지막 순간시청률 1위를 기록한 장면은 정기준(윤제문)이 한글의 정체를 알고 경악하는 장면이였습니다. 정기준은 개파이가 이틀만에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는 것을 보고 그 우수성에 놀라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합니다.

 

글자는 무기다. 사대부가 글을 알기 때문에 사대부인 것이다. 그게 사대부의 권력이고 힘의 근거다. 그런데 모두가 글자를 쓰고 읽게 된다면 조선의 모든 질서가 무너질 거다. 혼돈에 가득 차고 조선의 뿌리인 사대부가 무너질 것이다


ⓒSBS 화면캡쳐

 사대부를 지탱하는 힘은 바로 '글을 아는 것'에 있었고, 이것은 평민과 사대부를 나누는 기준이었습니다. 한자는 '뜻'으로 된 글자였기에 일반 평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웠으며, 이런 어려운 글을 아는 것만으로도 사대부는 지식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지식을 통해 평민을 관리할 수 있었으며 권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세종대왕은 한글이라는 소리글자를 통하여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조선을 만들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현 시대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많은 반성을 하였습니다.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너무나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영어로 된 전문용어를 사용해오지는 않았는지,  영어를 사용하면 전문가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여 한글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타인이 모르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스스로를 과대포장 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말입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비스를 해야 하는 의학분야는 무엇보다 특히 '타인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전문가가 알고 있는 지식이 환자에게 전달되고, 그들이 스스로 자신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필요한 덕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저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이 배우고 공부한 언어를 사용합니다. 의사의 소견서에 쓰여진 알 수 없는 병명과 약 이름들, 운동전문가가 써주는 운동프로그램 기록지에는 역시 수많은 영어 이름으로 된 운동제목들이 즐비합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한자라는 어려운 글을 통하여 지식을 소유하고, 권력을 독점했듯이 이 시대의 의학분야 전문가들도 영어로 된 전문용어를 통하여 환자와의 소통보다는 자신이 가진 지식의 힘을 과시하고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글의 진정한 가치는 과학적인 우수성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세종대왕의 뜻'에 담겨 있습니다. 한글은 특정 집단이 지식을 소유하고 독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성군의 혜안이 담겨있는 걸작품인 것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문가로서 지금부터라도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함께 성군의 깊은 뜻을 헤아려 보려 합니다.